읽고본느낌

두근두근 내 인생

샌. 2013. 9. 22. 09:04

창비에서 펴낸 젊은 작가의 소설을 두 권 읽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과 김학찬의 <풀빵이 어때서?>였다. 둘 다 30대 초반의 작가답게 신선하고 경쾌하며 재미가 있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살 소년의 마지막 1년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열일곱이지만 육체 나이는 여든을 넘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병에 시달리며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산 소년은 책을 통해서 인생의 지혜를 찾아낸다. 두근거리는 사랑도 경험한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도 빛나는 인간성이 젊은 작가의 손에 의해 아름답게 그려졌다.

 

<풀빵이 어때서?>는 붕어빵 명인인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가려는 스물아홉 청년의 독특한 이야기다. 그는 일본에까지 가서 타꼬야끼를 굽는 비법을 전수받고 온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갈등, 불안한 젊은 세대의 고민 등이 함께 그려진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젊은이의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이다.

 

사실 젊은 작가라는 데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 소설을 읽었다. 또 어떤 작품이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책을 덮었을 때는 뭔가 허전했다. 중요한 무엇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재치있고 발랄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재능은 있지만 재미 뒤에 남는 깊은 울림이 없었다. 작가의 시선이 공동체보다는 너무 개인에 쏠린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소년은 죽음을 앞두고도 이렇게 아픈 말을 한다.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 소년에게 부조리한 현실은 모두 아름답게 승화된다. 나였다면 상처 받은 동심을 통해 세상의 모순과 허위의식을 더욱 두드러지게 그렸을 것 같다. <풀빵이 어때서?>에서도 주인공은 세상이 어떻게 되든 초지일관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간다. 취직을 걱정하는 여자 친구의 말을 통해 청년 실업이라는 현실의 일단을 내비칠 뿐이다.

 

젊은 작가들이기에 더욱 치열한 작가 의식을 기대하게 된다. 소설이 계몽적일 필요는 없지만, 재미라는 그릇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세상의 야만성에 대한 고발은 작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보는 날카로운 눈과 따스한 마음을 젊은 작가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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