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하시다. "곧은 마음씨는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니."
子曰 德不孤 必有隣
- 里仁 18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어릴 때부터 눈에 익었던 문장이다. 친구 집이었을까, 학교 현관이었을까, 붓글씨로 쓰인 액자를 자주 보았다. 그러나 그때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었다.
지금 이 구절을 다시 만나니 덕은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외로운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인의(仁義)의 길이 드물고 외로운 길이라면, 덕(德)의 길도 마찬가지다. 인간 세상에서 그 길을 걷는 게 고독하지 않을 리가 없다. 고(孤), 홀로 우뚝하므로 당당한 길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외롭게 보여도 외로운 게 아니다. 도리어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어도 그것이 부덕(不德)의 길이라면 외로운 것이다.
요사이 그라시안의 <인생의 지혜>를 읽고 있는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 "덕은 그 자체가 보답이며, 부덕은 그 자체가 벌이다." 정말 그렇다. 덕인(德人)의 이웃은 내 마음 속에 있다. 덕을 행하는 건 그 자체가 보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