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처음 갔을 때 소개 받은 곳이 덕진공원이었다. 30여 년 전이었다. 대개 첫 기억은 선명히 뇌리에 남아 있어 지금도 전주라는 말을 들으면 덕진공원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덕진공원은 여름 연꽃이다.
넓은 덕진호를 가로지르는 현수교와 팔각정도 그때와 같은 모습이다. 너무 많은 게 빨리 변하는 도시에서 늘 여전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는 건 드물다. 사연이 어떠하든 가끔씩 전주를 찾아 추억을 반추해 보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전주 시민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보수하며 옛 모습을 지켜 나가는 것이 어쩌면 더 귀할지 모른다.
연꽃은 현수교를 기준으로 한 쪽 호수를 가득 채우고 있다. 보통 같으면 지금이 한창 때지만 올해는 이미 절정을 지나고 연밥이 여물기 시작한다. 그래도 시차를 두고 피어나는 늦둥이 봉오리가 있어 덕진호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