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다닐 때마다 옆으로 지나가며 바라보기만 했던 월악산을 드디어 올랐다. 좁은 땅덩어리인데 가보지 못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100 명산을 오르기로 느슨한 약속을 했는데 아직 64 산이나 남았다. 노년의 행복은 무릎 연골에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은 든든한 두 다리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차를 끌고 갔으므로 동창교가 들머리 및 날머리가 되었다. 동창교 코스는 월악산에 오르는 짧은 길이지만 대신 급경사가 길었다. 더구나 대부분이 돌길이었다. 올라갈 때보다 오히려 내려갈 때 조심해야 했다. 정상이 1,097m인데 힘들기는 1,500m급 산을 오른 것과 비슷했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피하고 싶은 길이다.
월악산(月岳山)은 삼국 시대에 영봉 위로 떠오르는 달이 무척 아름다워 월형산(月兄山)으로 불렸고, 고려 초기에는 와락산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도읍을 정할 때 개성 송악산과 중원의 월형산이 경쟁하다 결국 개성으로 결정되는 바람에 수도의 꿈이 와락 무너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등산 초입에서 보이는 월악산 줄기, 맨 오른쪽이 정상인 영봉이다.
1시간 넘게 이런 돌 계단길이 이어졌다. 중국 태산을 위안 삼고 묵묵히 걸었다.
잠깐 나온 흙길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오르는 중에 딱 한 번 탁 트인 조망이 나왔다. 큰 산은 안에 들면 느낌이 다르다. 장중하고 무거운 느낌이랄까, 적막에 잠긴 숲은 고요했다. 새소리, 바람 소리도 끊어진 침묵 속을 걸었다.
영봉이 가까이 다가왔다. 영봉은 높이가 150m, 둘레가 4km나 되는 거대한 암봉이다. 겉으로 보기에 퇴적 지층인 것 같은데 조산작용으로 이렇게 높이 솟아올랐다. 영험스러운 봉우리라고 영봉(靈峰), 또는 나라의 큰 스님이 나온다고 하여 국사봉(國師峯)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정상을 영봉이라 부르는 곳은 백두산과 월악산 둘뿐이라고 한다.
영봉으로 오르는 철계단, 이 구조물을 만든 사람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조금 땀 흘리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상 주변 풍경, 일망무제로 펼쳐진 풍경이 호쾌했다.
정상 부근 바위에는 구절초와 까실쑥부쟁이가 많았다. 어느덧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 산행 시간; 6시간 30분(10:30~17:00)
* 산행 거리; 9km
* 산행 경로; 송계리 동창교 - 송계 삼거리 - 신륵사 삼거리 - 영봉 - (같은 코스) - 동창교
※ 100 명산 오르기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