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광주 문형산

샌. 2011. 6. 2. 17:13


문형산(文衡山)은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해발 497m의 아담한 산이다. '문형(文衡)'은 조선시대 대제학(大提學)의 별칭이라는데 이 산이 벼슬자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산 아래 동네 이름도 문형리다.

 

들머리는 한국노동연구원이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 등산로 입구를 찾기가 힘들었다. 용화선원에 들어갔다가 쫓겨난 뒤물어서 겨우 입구에 들어섰다. 노동연구원과 용화선원 사이로 약수터 오르는 길이 있다.

 

산길은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어제 비 내린 뒤라 숲은 습기를 많이 품고 있었다. 쉽게 지치게 되는 날씨 탓인지 여러 번 쉬었다. 날벌레 방역을 또 하느냐 마느냐로 아내와 언쟁을 하고 나온 길이었다. 머리가 무거웠다.

 


정상에서 전망은 좋지 않았다. 분당 쪽으로만 일부 시야가 트여 있다.

 


정상 옆에 일출단(日出壇)이 있었다. 돌탑 안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어 가까이 가지 못했다.

 

냉장고에서 꺼내간 감자떡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버렸다. 내려와서 시원한 막국수로 요기를 했다. 맛있는 막국수집 하나 발견했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 기다리던 사람이 오고, 기다리던 무엇이 온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상처는 흐려지고 마음은 아물고 아픈 기억은 지워진다.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용서할 수 없었던 무엇인가를 용서하게도 되고,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참을 수 없었던 무엇을 참게도 되고,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게도 되고, 무엇보다도 대체로 사랑을 다시 믿을 수도 있게 된다.

 

- 메모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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