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키다리 꽃이다. 키 큰 사람은 싱겁다 했지만 꽃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여름이 되면 큰제비고깔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돌아보니 10년이 넘게 이 꽃을 보지 못했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초창기에 남한산성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 기억을 더듬어 남한산성을 찾았다. 예전 그 자리에서 큰제비고깔은 옛 모습 그대로 피어 있었다. 어쩌면 개체수도 그때와 비슷했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묘한 감회에 젖었다.
큰 키에 허리를 굽히고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한 큰제비고깔, 그래선지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되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