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소재로 했다고 하여 찾아본 영화다. 이 영화에는 흥미로운 가설이 나온다. "인간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부족하다. 부족한 0.05%를 채워 유지할 수 있다면 인생은 즐겁고 창의적이 된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마르틴은 무미건조한 일상이 재미가 없고 우울하다. 교실에서 학생들은 따르지 않고, 가정에서는 아내와 서먹한 관계며 아이들도 아빠를 본 척 만 척이다. 40대면 겪는 중년의 위기다. 이때 위에 나온 가설을 접하고 맞는지 실험해 본다. 혈중 알코올 0.05%는 대략 소주 한 병을 먹으면 나오는 수치가 될 거다. 마르틴은 몰래 술을 마시며 적당히 취한 상태를 유지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수업은 재미있어지고 가족과도 관계가 좋아진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서일 것이다. 이를 본 동료 교사들도 동참하지만 결국은 0.05%의 통제를 하지 못하고 선을 넘게 된다.
모든 현상에는 빛과 그늘이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알코올은 기분을 상승시키지만 지나치면 문제를 일으킨다. 술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술을 악마화하지 않는다. '어나더 라운드'는 술이 가진 양면성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인생은 아름답다. 그러니 심각하게 굴지 말고 인생을 즐기자. 술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 포스터에 나온 대로 "약간만 취하면 인생은 축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밝고 긍정적이다.
특히 마르틴이 학생들과 춤추는 마지막 장면이 멋지다. '어나더 라운드'는 덴마크 영화인데 덴마크 문화는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술을 대하는 태도도 상당히 개방적이다. 문득 이슬람 근본주의의 폭력성이 떠올랐다. 어느 종교에나 원리주의자들이 있지만 이슬람은 훨씬 더 과격하다. 그 이유가 이슬람의 술을 금하는 문화도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코올에는 인간의 부정적 감정을 달래주는 중화작용이 있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물론 기분 좋게 적당히 마셨을 때의 얘기다. 알코올이 지나치면 더 폭력적이고 파괴적이 된다.
우리나라 음주운전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일 때다. 언제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소주 반 병 정도로 알고 있다. 영화처럼 나 역시 0.05% 부근이 제일 기분이 업 되는 상태다. 이렇게 되려면 매일 소주 한 병을 마셔야 되는데 간이 견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술의 힘을 빌려 인생을 즐길 수는 없다. 다만 즐겁고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것을 가끔 술이 깨우쳐 줄 수는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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