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요 몇 년간 산행이라면 엄두를 못 냈는데 꾸준한 치료와 트레이닝으로 다시 도전하게까지 되었다. 몸 상태를 체크할 겸 같이 백마산 등산에 나섰다.
무리가 되면 되돌아오려 했으나 예상외로 가뿐했다. 도리어 내가 뒤따라가기 바빴다. 아내는 하루도 빼지 않고 뒷산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하루 운동량이 내 열 배는 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체력이 역전될지 모르겠다. 몸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난다는 걸 아내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백마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백마산은 500m가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럴지라도 부부가 같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중년 부부는 가끔 만나지만 우리처럼 7학년 부부는 드물다.
내려오는 길에는 종교 문제로 작은 다툼이 있었다. 성당 다니기를 재촉하는 아내에게 짜증을 냈고 한동안 대화가 끊어졌다. 아내는 '함께'를 강조하고, 나는 '각자'를 고집한다. 아직도 부부를 일심동체라고 믿다니, 나는 각심각체(各心各體)라고 생각한다. 부부란 서로의 고유한 존재방식을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의무를 지닌다. 참 어려운 일이긴 하다.
산길을 내려와서는 오랜만의 함께 산행이 무척 뿌듯했다. '산길샘'이 보여준 오늘의 산행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