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4박5일을 보내며 어머니의 가을걷이를 도왔다. 내내 밭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힘이나마 올 농사의 마무리에 보탠 셈이었다.
마구령터널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려가는 길에 영월로 우회해서 마구령터널을 지나갔다. 아직 부분 개통인지 한 개 차로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었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 새 길이 뚫린 것이다.
겸하여 백두대간수목원에도 들렀다. 트램을 타고 꼭대기까지 이동하여 걸어서 내려왔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대충 훑어만 봤다. 넓이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라고 한다.
이번 가을걷이의 제일 큰 일은 들깨를 터는 일이었다. 지난 주말에 동생들이 내려와서 반 이상을 끝낸 터라 하루만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총량이 50되가량 나왔을 성싶다.
고춧대를 뽑고 밭을 정리했다.
내려가 있는 동안 하수관로 공사가 있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하루 동안은 집에 있지를 못했다.
탈출하여 순흥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순흥저수지 데크길을 유유히 걸었다.
나만의 '비밀 정원'에는 가을이 농익고 있었다.
동양대학 구내에도 들어가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단양적성산성에 올라갔다. 마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바로 진입하는 길이 있었다.
적성산성(赤城山城)은 신라 진흥왕 때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 영토였던 적성을 신라가 점령한 후 세운 비석이 남아 있다. 당시 이곳 지명이 적성(赤城)이었으며, 현재의 단양(丹陽)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된 것 같다.
1978년에 적성비가 발견되면서 이 산성의 유래가 확실해졌다. 산성의 삼면을 남한강이 휘돌아나가고 있어 이곳이 수륙 교통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워낙 약골이어서 작은 노동에도 금방 지치고 힘들었다. 나중에는 몸살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티를 내지는 못했다. 잠시도 쉬지 않는 어머니는 내 활동량의 열 배는 될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안 해도 되건만 무엇에 홀린 듯 움직이신다. 거의 몸 학대 수준에 가깝다. 나는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짜증을 몇 번 내었다. 두 노인의 고집이 부딪친 결과였다. 잠깐 다녀오는 게 이 정도인데 만약 함께 산다면 얼마나 부딪혀야 할까. 역지사지로 생각한다.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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