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회 10월 트레킹은 동구릉이었다. 트레킹이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이젠 걷기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산책 수준이다. 오늘도 왕릉을 연결하는 평탄한 길을 1시간 30분 정도 산책하듯 걸었다.
경기도 구리에 있는 동구릉(東九陵)은 태조 이성계를 비롯한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는 조선 최대의 왕릉군이다. 오늘의 왕릉 역사 답사 순서는 이랬다.
▽ 수릉(綬陵)
추존 문조(文祖, 1809~1830)와 신정황후의 능이다. 문조는 순조와 순원황후의 아들로 왕세자가 되었으나 2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시호를 효명세자라 하였다. 뒤에 문조로 추존되었다.
▽ 현릉(顯陵)
문종(文宗, 1414~1452)과 현덕왕후의 능이다. 조선 5대 왕인 문종은 세종과 소헌왕후의 아들이다.
▽ 건원릉(健元陵)
조선을 건국한 태조(太祖, 1335~1408)의 능이다. 태조의 유언에 따라 능이 함흥의 억새로 덮여 있다.
▽ 휘릉(徽陵)
인조의 두 번째 왕비인 장렬왕후(莊烈王后, 1624~1688)의 능이다. 효종의 국장 기간 중 장렬왕후가 상복을 입을 기간을 두고 서인과 남인이 치열하게 대립한 예송논쟁의 주인공이다.
▽ 원릉(元陵)
영조(英祖, 1694~1776)와 정순왕후의 능이다.
▽ 숭릉(崇陵)
현종(顯宗, 1641~1674)과 명성왕후의 능이다. 현종은 효종의 아들로 국왕 중 유일하게 외국(청나라 심양)에서 태어났다. 숭릉의 전각은 조선왕릉 정자각 중 유일하게 남은 팔각지붕으로 보물로 지정되었다.
동구릉은 전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 깔끔하면서 왕릉의 분위기가 난다.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어 있어 배낭에 가지고 간 과일을 꺼내지도 못했다. 옛날에는 가을 소풍 시즌이 되면 소란스러웠는데 이젠 조용하다. 말끔하게 비질을 한 산책로가 아주 좋았다.
영감들도 셀카 찍는 재미를 맛봐야지. 고등학생일 때 이곳으로 소풍 온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며, 도망친 60년의 세월을 도무지 쫓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그저 허허 웃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