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동안 뒷산에 들지 못했다. 집요하게 달려드는 산모기의 성화를 견디지 못해서였다. 여름 산의 모기는 2차세계대전 때 미국 군함을 향해 돌진하던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들 같다. 전에는 손수건을 휘저으며 기어코 오르기도 했으나 요사이는 귀찮아서 아예 산가까이 가지를 않았다. 그러니 뒷산 들기가 거의 다섯 달만이었다.
가을이 되니 성가시게 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산길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눈에 띄지 않는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만 숲에 가득했다. 오랜만에 와서인지 숲은 한층 깊어진 느낌이었다. 경건한 예배당에 든 듯해서 살금살금 걸은 숲길이었다.
법정 스님은 어느 글에서, 여름이 지나간 가을철 산은 '머스마'인 스님들을 설레게 한다고 썼다. 일과가 끝나는 가을날 오후가 되면 선원이고 강원이고 절 안이 텅텅 빈다는 것이다. 다들 숲에 들어가 산짐승처럼 다니기 때문이란다. 가을은 스님마저 산에 깊이 들도록 유인하는 계절이다.
새털구름이 옅게 깔린 쪽빛 하늘이 눈부셨다.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나라 대기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실제 관측상으로도 최근의 미세먼지 양이 10년 전보다 1/3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보도를 봤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의 대대적인 전기자동차 보급을 꼽는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반이 전기자동차라고 한다. 어찌 됐든 저 청명한 하늘만 봐도 살맛이 난다. 자연의 축복을 한껏 누린 오랜만의 가을 산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