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기일을 맞아 전주에 다녀왔다. 겸하여 군산과 영광에도 들렀다. 추모하러 내려갔지만 가을 여행이 된 셈이었다.
둘째 날은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 처제와 함께 군산을 둘러보았다. 군산에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건물이 다수 남아 있다. 1899년에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때 호남권의 양곡을 일본으로 실어나른 주요 항구였다. 관련한 시설이 많았고 일부는 잘 보존되어 있다.
우리 역시 옛 건물과 유적지를 중심으로 찾아다녔다. 순서는 이랬다. 근대역사박물관 - 군산세관 - 인문학창고 '정담' - 초원사진관 - 신흥동 일본식 가옥 - 여미랑 - 점심(영화원에서 물짜장과 짬뽕밥) - 카페 '8월의 크리스마스' - 진포해양공원 - 해망굴 - 월명공원.
셋째 날은 불갑사로 꽃무릇을 보러 갔다. 올해는 늦게까지 더위가 이어져서 꽃무릇 개화 시기도 열흘 정도 미뤄졌다. 그 덕에 꽃무릇을 구경할 수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전주로 돌아올 때는 백수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했다.
넷째 날은 장인 기일을 맞아 봉안당을 찾았다. 돌아가신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오후에는 전주천을 걸었다.
마침 종합운동장에서 '2024 전주 비빔밥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장모님은 정신은 멀쩡한데 걸음을 힘들어 하신다. 아흔이 넘었으니 이만해도 다행이지 싶다. 아직은 혼자 지낼 수 있지만 언제까지 견뎌내실지 걱정이다.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걸 실감한다.
닷새 동안 바지런히 움직였더니 몹시 피곤하다. 그래도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며칠 바깥바람을 쐬었더니 뭔가 일신(日新)한 느낌이다. 가을을 맞은 세상은 밝고 아름다웠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을 함께 가슴에 새긴 이번 전주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