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권은 3부 후반에 해당한다. 여기서는 환과 봉순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나온다. 동학군의 장수였던 김개주의 숨은 아들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산 환의 죽음은 너무 뜻밖이고 허무하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인데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환의 죽음은 그동안 숨어 버티던 동학 운동의 몰락이었다.
박복하고 가련한 여인인 봉순 역시 섬진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제 마음만 잘 다스렸으면 딸을 키우며 그런대로 남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련만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 뭇 수컷들이 기생을 노리개로 여기며 데리고 놀다가 버렸다. 그나마 마지막에 서희가 봉순이를 챙겨주는 마음이 따스했다.
길상은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투옥되고, 서희가 하동에서 경성을 오가며 면회를 다닌다. 두 아들인 환국과 윤국은 10대의 나이로 민족의식을 키우면서 사춘기를 보낸다. 경성에서는 임명희, 강선혜, 홍성숙 등 교육을 받은 신여성들의 행동을 통해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토지>는 식민 치하의 시대 상황에서 각자 다르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나온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선성을 지키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조준구, 조용하, 김두수, 그리고 상대되는 지점에 조병수, 조찬하, 김한복이 있다. 부자지간이나 형제 사이인데 삶에 대처하는 자세는 정반대다. 사람마다 타고난 천품이나 인성이 있다고 본다.
소설을 봐도 사람들은 젊어서나 늙어서나 거의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바지만 사람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배우고 재산이 많아도 천성이 야비한 사람이 있고, 못 배우고 가진 것 없어도 어질고 따뜻한 사람이 있다. 나이가 든다고 더 지혜로워지지도 않는다. 삭막한 세상에서도 착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이 드물게 있다. 용이 같은 사람이다. 아들인 홍이 독백하듯이 그런 이가 삶의 영웅이 아닌가 싶다. 용이도 12권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고 세상을 뜬다.
<토지>를 읽으며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을 만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답이 없다지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삶의 태도는 분명히 존재함을 깨닫는다.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은 인간의 선함/착함이 아닐까. 선성(善性)은 태어나면서부터 본성 안에 갖춰있다지만, 살아가면서 가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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