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도 있구나,라고 가슴 아프게 읽었다. 범생이로 보낸 나로서는 전혀 다른 세상을 대하는 충격이 컸다. <최선의 삶>은 소설이지만 작가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 때 가출하고 고등학교는 중퇴해서 24세 때 한예종에 들어간 작가의 이력이 소설의 구성과 비슷하다. 임솔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작가가 방황하던 16살 때부터 10년간 써 온 소설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놓지 못한 것은 글로 드러냄으로써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란 간절함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작가가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기를 바란다.
소설은 강이, 아람, 소영 세 소녀의 심한 성장통에 시달린 중고등 시절 이야기다. 강이는 뚜렷한 이유 없이 친구 따라 가출해서 험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다. 셋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겨 강이는 소영에게 식칼을 겨누고, 그 결과는 의외의 효과를 낳는다.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친구가 인생의 전부였겠지만 미성숙한 시절의 선택이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달라지지 않는 것 같지만.
'상처 없는 깊이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처는 겨울나무의 나이테처럼 인간을 단단하게 만들지만, 어떤 상처는 인격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작가에게는 아마도 선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고결한 정신적 고투는 인간을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최선의 삶>은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가슴이 아려 영화는 보지 못할 것 같다. 소설의 결말부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도 그랬다. 아람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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