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갈대

샌. 2015. 12. 2. 08:16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파스칼은 갈대를 직접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아니면 유럽의 갈대는 키 작은 다른 종류인지도 모른다. 갈대는 억세다. 잘못 만지면 잎에 손이 베인다. 연약한 상징으로 갈대를 말한 건 어울리지 않는다.

 

바람 부는 갈대밭에 서면 혁명가를 따르는 군중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자유를 향한 노도, 온몸으로 외치는 함성이 들린다. 나에게 갈대의 이미지는 그렇다.

 

정호승 시인이 '갈대'라는 시에서,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라고 읊은 심정과 비슷하다. 머리칼 풀어헤치고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외치는 저항의 몸짓이다. 결코 서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억새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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