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젊다는 걸 잘 모른다. 젊음(Youth)의 의미를 상기시켜 주려는 걸까, 쇠락한 노년의 모습과 발랄한 젊음을 불편할 정도로 집요하게 대비시킨다. 그러면서도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는다. 여러 단편적인 장면들이 교직 되며 영화를 이끌어가는데 어떻게 느끼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쓸쓸한 영화다.
돈 많은 사람들이 요양 겸 휴식을 위해 찾는 풍광 좋은 스위스의 고급 호텔에 80대의 두 친구가 묵고 있다. 한 사람은 유명한 작곡가며 지휘자로 현역에서 은퇴해서 욕심 없이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으로 바쁘다. 아마 이 둘은 서로 다른 노년의 삶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한쪽은 완전히 일에서 떠나 유유자적하지만 다른 쪽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공통적인 건 시원하게 오줌 누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육체는 쇠락했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져 간다. 젊음은 한순간에 지나갔다.
두 사람의 결말은 아주 대조를 이룬다. 영화가 어떤 교훈을 주려는 것 같지는 않지만,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보여준다. 노년의 열정도 마찬가지다.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 노년에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
두 주인공 외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몇 캐릭터도 특이하다.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며, "인생은 어릿광대의 의미 없는 지껄임"이라고 한 셰익스피어의 말이 떠올랐다. 젊거나 늙거나 차이가 없다. 이 영화는 젊음과 노년을 대비시킨 것 같지만 결국 둘은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인생은 쓸쓸하다.
영화 마지막에 조수미가 깜짝 등장한다. 새로 지은 롯데타워 영화관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