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와인버그가 쓴 <최초의 3분>은 빅뱅 이후 3분 동안에 우주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준 책이다. 그 시기에 우주를 구성하는 수소와 헬륨 핵이 만들어졌으므로 우주의 기본 틀은 이때 완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최초의 3분>이 우주의 시작에 관한 책이라면, 폴 데이비스가 쓴 <마지막 3분>은 우주의 마지막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라는 질문은 우주의 시작과 끝에 관한 의문과 연관되어 있다. 놀랍게도 양자론과 상대성이론에 바탕을 둔 현대 과학은 이런 호기심에 일정 부분 대답을 해 주고 있다. 물론 변수가 많아 불확실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우주가 점점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우주의 '열 죽음'이라는 암울한 종말로 귀결된다. 모든 별의 불은 꺼지고 우주의 온도는 절대 영도 가까이 떨어질 것이다.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며 무한대의 시간으로 나아간다. 블랙홀도 증발해서 모두 사라지고 안정한 것이라 믿었던 양성자도 붕괴한다. 무한대의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든다. 아주 아주 먼 미래의 우주는 광자와 중성미자, 그리고 숫자가 줄어들며 점점 멀어지는 전자와 양전자로 뒤섞인 상태로 영생을 맞이할 것이다. 어떠한 물리적 사건도 일어나지 못하는 영원한 죽음이다.
만약 인류가 존속할 수 있다면 과학 기술의 진보로 머지않아 우주로 나아갈 것이다.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어떤 기술이 쓰일지 지금의 우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 행성에 맞게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몸을 가질 것이라 추측해 본다. 컴퓨터와 결합한 두뇌와 신경 조직은 불가능한 것이 없게 할 것이다. 아마 우리 은하를 전부 식민지화하는데 백만 년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그때는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초거대 문명을 건설하고 다른 은하로도 진출한다. 인류는 우주의 팽창을 막을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책 제목인 '마지막 3분'은 우주가 수축해서 빅뱅 전 단계로 돌아갈 때 의미 있는 말이다. 지금은 우주가 끝없이 팽창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어느 단계에서 수축으로 돌아선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수축 단계에 존재할 생명체는 팽창의 반대 과정을 경험하게 될까? 우주의 온도는 뜨거워지겠지만 성운에서 별이 만들어지는 지금 같은 우주의 풍경이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끝없이 팽창해서 열 죽음으로 끝나는 우주보다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순환우주 모델이 우리에게는 심정적으로 훨씬 친근하다.
미래의 생명체는 다른 우주로 나가는 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 우주는 종말을 맞을지라도 고도로 지적인 생명체는 자신의 터전을 새로이 만들 수도 있다. 불안정한 진공에서 거품이 생겨나 새로운 우주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중우주의 개념도 앞으로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주는 무엇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비하기만 하다. 우주적 시간 규모에서 우리 존재는 너무나 하찮아 보인다. 인류가 멸종할지라도 우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살아남는다면 우주가 거대한 생명 네트워크로 변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우주가 존재하는 목적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우주 생명의 유년기를 살고 있다.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우리 앞에 열려 있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