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고사리와 두릅을
엄마한테 슬며시 건넵니다.
"가서 나물 해 먹어라.
조금이라서 미안타."
"만날 다리 아프다면서
산에는 뭐하러 가요.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아요."
늘 주면서도
외할머니는 미안해하고
늘 받으면서도
엄마는 큰소리칩니다.
- 이상하다 / 최종득
고등학생일 때였다. 외할머니가 부모님 고생 하시는 걸 꺼내며 나중에 은혜를 갚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어느 때인가는 그게 듣기 싫었던가 보다. 아마 이렇게 쏘아붙였던 것 같다. "세상 부모들 다 그렇게 고생하거든요. 나도 자식한테 똑 같이 할 거구요." 결국 그 말이 부모님 귀에까지 들어갔다. 아무 말씀 안 하셨지만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자식이 부모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까. 결혼하고 자식 낳으면 그 심정 알 수 있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고향에 내려가면 당신이 직접 기른 농작물을 싸주실 때마다, 가져 간다 안 가져 간다, 투정을 부린다. 제발 농사 좀 그만 지어요. 다른 사람 눈도 있는데. 용돈도 드리지 못하면서 큰소리만 친다. 자식한테 하는 것의 백 분의 일만해도 효자 소리를 들을 텐데 말이다.
내리사랑이란 말은 부모에게 진 빚을 자식을 통해 갚는다는 말인 것 같다. 하느님은 왜 그렇게 한량 없는 빚을 지게 하고, 또 빚을 지게 만들까? 참 이상하고 묘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해한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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