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꽃 심는 즐거움 / 이규보

샌. 2011. 4. 25. 07:30

꽃 심으면 안 필까 걱정하고
꽃 피면 또 질까 걱정하네
피고 짐이 모두 시름겨우니
꽃 심는 즐거움 알지 못해라

- 꽃 심는 즐거움 / 이규보

種花愁未發
花發又愁落
開落摠愁人
未識種花樂

- 種花 / 李奎報

인생사 자질구레한 일들 탈도 많다. 뜻대로 되기보다는 일마다 어그러지기 일쑤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에는 놀러갈 약속 생기고, 개었을 때는 대부분 할 일 없이 지낸다. 배불러 상 물리면 맛있는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땐 술자리 벌어진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오랜 병 낫고 나니 이웃에 의원 있다. 백운거사(白雲居士)는 다른 시에서 세상살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이렇게 한탄했다. 그의 시는 엄살기가 있다 하나 허세를 부리거나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다.

늑대를 피해서 도망간 것이 오히려 호랑이 굴로 들어간 꼴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인생인 것을. 꽃 피고 짐이 모두 시름이다. 너는 왜 꽃 심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느냐고 타박하지 말라. 시인이 말하는 것도 꽃 심는 즐거움을 모르는데 대한 한숨이 아니다. “꽃 심는 즐거움 알지 못해라!” 도리어 당당하게 들리지 않는가. 시름을 시름으로 견디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 식으로 해석하는 시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