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곡강이수 / 두보

샌. 2011. 5. 2. 08:58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만점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봄을 마음껏 보려고 하나 꽃잎은 눈을 스치고 지나가니
어찌 몸이 상할까 두렵다고 술을 마시지 않으리
강가 작은 정자에는 비취새가 둥지를 틀었고
부용원 뜰가 높은 이들 무덤에 기린 석상도 뒹구는구나
세상이치를 따져 보건대 마땅히 즐거움을 따를지니
어찌 헛된 영화에 이 한 몸 얽맬 필요가 있으랴

조회에서 돌아오면 날마다 봄옷을 저당 잡혀
매일 곡강에서 만취하여 돌아오네
얼마 안 되는 술빚은 가는 곳마다 있기 마련이지만
인생살이 칠십년 살기는 예부터 드문 일이라네
꽃 사이를 맴도는 호랑나비는 꽃 깊숙이 숨어 있고
강물 위를 스치는 물잠자리는 유유히 나는구나
전해오는 말로 아름다운 경치도 모두 흘러가는 거라 하니
잠시나마 서로 상춘의 기쁨 나누며 어기지 말자꾸나

- 곡강이수 / 두보

一片花飛減却春
風飄萬點正愁人
且看欲盡花經眼
莫厭傷多酒入脣
江上小堂巢翡翠
苑邊古塚臥麒麟
細推物理須行樂
何用浮榮絆此身

朝回日日典春衣
每日江頭盡醉歸
酒債尋常行處有
人生七十古來稀
穿花협蝶深深見
點水청정款款飛
傳語風光共流轉
暫時相賞莫相違

- 曲江二首 / 杜甫

 

봄이 사납다. 천둥 번개 요란하고 비가 세차더니 지금은 황사가 가득하다. 비바람에 몇 닢 남았던 꽃들도 다 떨어졌을 것 같다. 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 시는 두보가 47세 때 지은 것이다. 작은 벼슬자리를 얻고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할 때다. 관료생활이 두보의 체질에 어찌 맞을 것인가.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할 두보가 아니다. 일보다는 곡강으로 꽃구경을 다니며 술에 취한다. 곡강(曲江)은 꽃으로 유명해서 봄이면 장안 시민들로 붐비는 장소였다고 한다. 화려한 봄꽃 가운데서 두보는 인생의 허무와 서글픔을 느낀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인생은 짧고 세상은 소란하다.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만 점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두보의 삶은 현실에 대한 불만과 가난,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는 인생에 대한 슬픈 관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 지친 사람들을 따스한 온기로 위로해 준다. 두보 시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