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재운이 마누라 정문순 씨가 낀 여성문화 동인 살루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어이쿠, 했다 나도 앉아서 오줌 눈지 벌써 몇 년, 제발 변기 밖으로 소변 좀 떨구지 말아요 아내의 지청구에, 제기럴 앉아서 오줌 싸는 거 습관이 된 지 벌써 수삼 년, 날마다 변기에 걸터앉아서 나는 진화론을 곱씹는다 이게 퇴화인가 진화인가 퇴행인가 진행인가 언젠가 여자들이 더 많은 모임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박서영은 배를 잡고 웃고 강현덕은 그것이야말로 진화라고 웃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되받았다 역시 여자는 새침데기들이 더 무섭다 그건 그렇고 강정구 교수 전화번호라도 알아내어서 수다 좀 떨까 난 앉아서 오줌 싸니까 방귀가 잘 뀌어지던데, 낄낄낄 캑캑캑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끼리
-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 유홍준
새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아내의 타박이 더 심해졌다. 화장실 청소를 하든지, 그게 싫으면 앉아서 오줌을 누든지, 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받았다. 남자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몇 년을 버텨왔지만 그래, 계속 잔소리 듣느니 내가 양보하자, 어제부터 울며 겨자 먹기로 앉아쏴 자세로 바꿨다. 사실 내가 봐도 여기저기 흩뿌려진 오줌자국이 불결하긴 하다. 그래도 그렇지, 앉아서 오줌을 싸라고 하다니, 야속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다. 갑자가 거세된 느낌이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요즈음은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남자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앉아서 볼 일 보도록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그렇다면시대의 대세란 말인가. 난 앉아서 오줌 싼다, 그래도 아직은 이런 얘기 하는 게 창피하다. 언젠가는 남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이 얘기 한 번 꺼내봐야겠다. 같은 앉아쏴 동지를 만난다면 반가운 건배를, 이러다간 소변기 앞에서도 바지 내리고 쪼그려앉는 거 아니야,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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