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한 소설가 이상운 씨의 간병 기록이다. 80대 후반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고열로 시작해 섬망 증세를 보이며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가 되었다. 서울에 있던 아들은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포항 고향집으로 내려온다. 돌아가시기까지 3년 반 동안 병든 아버지와 동행하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통의 현장과 함께 한다.
요양원 대신 집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수년을 지킨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가 병원이나 요양원을 싫어한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가족을 서울에 남겨 두고 혼자 고향에서 아버지를 모신 것만으로도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지은이는 그 과정에서 삶과 노화와 질병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배움과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병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할 것을 권유하는 책이다.
책의 여러 군데서 현대 의료 시스템에 대한 지은이의 부정적 인식이 보인다. 오히려 병원이 아버지를 망가뜨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죽어가는 고령의 노인을 종합적으로 돌봐주는 게 아니라 파편적으로 관리하고 의료 환경에 길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쪽을 처치하면 다른 쪽이 망가진다. 특히 환자 마음을 보살피는 부분에서는 병원이 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 지은이가 병원 대신 집을 선택한 이유가 된다.
지은이는 그 기간 동안 간병인의 도움을 받았다. 남자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더구나 생계를 위해 글을 써야 했다. 이 책은 단순한 간병 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 사회를 성찰한 기록이다. 간병인의 대리 외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 옆에 있을 때 받는 심적 상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문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노인이 병들어 스스로 삶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면 바로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그곳 시스템에 일임하고 관심을 떼버린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병든 노인에게 그의 오래된 감정적 유대를 단박에 절단해버리는 이 방식은 참으로 만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잔인한 짓이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모시는 현실이 녹녹하지 않다. 종합적인 재가 간병 시스템이 필요하다.
"요양원에 가는 건 자식이 고려장 시키는 것이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가끔 말씀하신다. 거기는 보내지 말라는 간접적 부탁이시라는 걸 안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것이다. 마음이야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고 싶지만,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내가 과연 지은이처럼 소변 받아내고, 관장하고, 목욕시키고, 기저귀 갈고, 가끔은 욕을 듣기도 하면서 부모를 보살피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기한이 없을 힘들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을 쓴 지은이의 결단이 무척 위대해 보인다.
이는 또한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어떻게 죽을 것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생 말년에 이르러 평균 7년의 병치레 끝에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정신도 혼돈에 빠진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그들이 육체적 정신적 고난을 잘 버텨내고 최소한의 자립과 존엄을 유지하면서, 자기 삶의 터전과 사람들과의 감정적 유대로부터 분리되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경험한 지은이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다. 다만 지금처럼 늙어서 병이 들면 당연하다는 듯 요양시설로 보내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죽음까지 파고든 상업자본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초고령사회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신속하고 심도 있는 전 사회적 차원의 성찰에 나서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바탕에는 의술에 전적으로 몸을 맡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을 학대하게 되지 않도록 하는 주체적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화와 질병과 죽음은 자연의 섭리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 양쪽 모두 마찬가지다. 비이성적인 기대와 욕심은 금물이다.
3년 반 동안의 간병 기간은 헛되지 않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병들고 죽어가는 인간의 시간을 함께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가르침과 이해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버지가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깊이 감사한다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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