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안녕, 나의 모든 하루

샌. 2016. 10. 10. 12:48

근래에 재미있는 동시를 발표해서 새롭게 보게 된 가수 김창완 씨가 펴낸 책이다. 김창완 씨는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명곡과 노랫말을 탄생시킨 분이다. 그리고 라디오 진행자로, 배우로, 시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신다. 무척 다재다능하신 분이다.

 

<안녕, 나의 모든 하루>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책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걸 일깨워준다. 주로 한강변을 자전거로 지나며 만난 풍경들 이야기가 많다. 멀리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감수성이란 늘 지나는 길에서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글은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벗어나기'라는 글이 있다.

 

가끔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읍시다.

일상의 무게, 욕망의 덫, 근심의 추를 잘라버리고 닻줄처럼 나를 묶고 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가슴속에 계절의 무게만 담읍시다.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구름처럼 가볍게, 잠자리처럼 가볍게, 낙엽처럼 가볍게, 눈송이처럼 가볍게.

원래 삶이란 이렇게 가벼운 것일 텐데 말입니다.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사는 건 구름 한 조각 생기는 것이고, 죽는 건 구름 한 조각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요.

인생을 흘러가는 구름이라 치고 저속촬영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보면 참 별것 아닐 겁니다.

아기 하나가 별똥별 떨어지듯이 뚝 떨어져 생기더니 방긋방긋 웃고, 기다가 걷고, 말썽 부리면서 학교를 다니고, 제법 머리 컸다고 고개 뻣뻣이 세우면서 잘난 척하더니 세상이 제 뜻대로 안 된다는 걸 알고 풀이 죽어서는 어느덧 주름이 늘어 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가 정말 구름 한 조각 사라지듯 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살아 있을 때는 언제나 생의 한가운데에 있어서 너무나 크고 나무나 중대한 것 같지만, 실제로 인생이라는 게 그저 뜬구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등바등할 일도 안달복달할 일도 아닌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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