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만경대가 1968년에 폐쇄된 이후 48년 만인 10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었다. 주전골을 따라 올라가 만경대를 통해 내려오는 약 5km의 순환 코스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평일에 단풍철을 피했으니 설마 들어가지 못하랴 싶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주차 전쟁으로 시작해서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올라갔다가 인파에 밀려 결국 만경대 입구에서 되돌아왔다. 입장하는 데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 난 데는 가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덕분에 설악산 주전골에 다녀왔다. 오래 전 아내와 점봉산에 오를 때 주전골을 통과한 이후로 27년 만이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에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성국사에서 스님이 휘파람을 부니 산새가 날아와서 손바닥에 앉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은 선명하다. 그때는 계곡길도 한산했을 것이다.
등산객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흘림골이 산사태 우려로 폐쇄되었으니 거의 모두가 만경대를 목표로 온 사람들이다. 위에 올라가면 좁은 길에 정체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설악의 계곡은 아름답다.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은 명경지수다.
아담한 규모의 용소폭포.
용소폭포 위에 만경대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그러나 대기하는 줄이 길어 많은 사람이 발을 돌렸다.
내려가는 중에도 여전히 올라오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에 치어 짜증이 났어도 설악의 아름다움이 이를 상쇄시켜 주었다.
계곡은 가을물이 서서히 들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여기도 단풍의 절정기가 될 것 같다.
이젠 설악산도 탐방 예약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풍철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포화 상태가 된다.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힘들게 찾아온 사람들이 불만족하게 된다. 이번에도 여기저기서 투덜거리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은 하루 입장 인원을 90명으로 제한한다. 왕창 들여보내고 자연 훼손이 되어서 수년간 폐쇄하다가 개방하는 걸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인원을 제한해서 자연을 지키는 게 낫다. 이런 상태로는 산도 사람도 고생이다. 쓸데없이 헛걸음을 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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