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슐레지엔의 직조공 / 하이네

샌. 2016. 12. 1. 10:14

침침한 눈에는 눈물도 마르고

베틀에 앉아 이빨을 간다

독일이여 우리는 짠다 너의 수의를

세 겹의 저주를 거기에 짜 넣는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첫 번째 저주는 신에게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우리는 기도했건만

희망도 기대도 물거품이 되었다

하늘은 우리를 조롱하고 우롱하고 바보 취급을 했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두 번째 저주는 부자인 왕에게

우리들의 비참을 덜어주기는 커녕

마지막 한 푼마저 빼앗아 먹고 그는

우리들을 개처럼 쏘아 죽이라 했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세 번째 저주는 그릇된 조국에게

오욕과 치욕만이 번창하고

꽃이란 꽃은 피기가 무섭게 꺾이고

부패와 타락 속에서 구더기가 살판을 만나는 곳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북이 날고 베틀이 덜거덩거리고

우리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짠다

낡은 독일이여 우리는 짠다 너의 수의를

세 겹의 저주를 거기에 짜 넣는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 슐레지엔의 직조공 / 하인리히 하이네

 

 

하이네(1797~1856)가 서정시인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시도 썼다는 게 놀랍다. 그의 약력을 찾아보니 조국인 독일로부터 국외 추방을 당할 정도로 현실 비판적인 작품을 썼던 것 같다. 이 시에서도 혁명 전야와 같은 분노와 결의가 느껴진다. 현재의 시국 상황 때문일까, "우리는 짠다!"라는 외침이 "우리는 촛불을 든다!"라는 함성으로 들린다. 시인이 살았던 19세기에는 신, 왕, 국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전복이 테제였다. 지금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깨부숴야 할 현대의 우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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