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지혜로운 노년

샌. 2016. 12. 20. 11:54

프란치스코 교황이 80세 생일을 맞아 노숙자들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리고 미사에서는 "노년이 지혜롭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고도 고백했다. 아마 나이가 들어도 지혜로워지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쌓인 시기가 노년이다. 아는 것도 많고 세상 경험도 풍부하니 노년이 되면 자연스레 지혜로워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아니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지식과 경험이 족쇄가 되어 옹고집만 더 생긴다. 주변에 나이 든 사람을 떠올려보면 안다.

 

늙으면 몸만 아니라 정신도 굳어진다. 제 세계관에 갇혀 버리는 것, 이것이 노년에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다. 살아 있는 것은 말랑말랑하다. 버드나무 가지처럼 낭창낭창하다. 그런 점에서 노년과 지혜는 서로 반비례하는 지도 모른다. 뻔뻔한 늙은이만큼 꼴불견은 없다. 인생의 비극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기본은 자신이 하찮은 존재임을 자각하는 데 있다고 본다. 겸손하고 낮은 마음가짐도 거기서 나온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대단한 존재인 듯 착각한다. 이런 사람에게 지식과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된다. 노년이 되면 자신이 쌓은 성채를 스스로 허물어뜨려야 한다. 자기를 버려야 지혜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지혜롭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 반대로 향하는 나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움켜진 두 손을 놓기가 어렵다. 보통의 생명체로서 나 역시 지혜와는 거리가 먼 노년이 될 것이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이유다. 다만 더 늙더라도 지혜를 갈구하는 심정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었을 때보다 지금에 와서 이 말이 더 심금을 울린다. 육체는 시들어도 그나마 한 가닥 희망 - 정신은 새로워질 수 있다는 -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 희망의 줄이 남아 있음이 고맙다. 내가 잡을 수는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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