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나에게는 이 궁금증이 SF를 찾는 이유다. 그래서 이 영화 '컨택트'도 먼저 제목부터 끌렸다. 원제는 'Arrival'인데 배급사에서 만든 'Contact'가 훨씬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느 날 지구 곳곳에 12개의 우주선이 찾아온다. 길이가 450m 정도로 렌즈 같이 생겼다. 그리고 외계인과의 접촉이 이루어진다. 주인공인 언어학자 루이스는 우주인의 언어와 문자를 해독하는 작업을 한다. 그들의 문자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원형의 무늬인데 우리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 구조다. 사고 패턴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루이스는 우주인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선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육체와 두뇌의 한계로 우주를 보는 시각이 제한되어 있다. 다른 생명체는 우주를 전혀 다르게 이해할 것이다. 비선형적인 시간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영화는 난해하며 철학적이다. 첫 부분에서 주인공이 딸과 함께 노는 장면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이었다.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나오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루이스는 자신의 미래를 보며 딸이 불치병으로 죽고 남편과도 헤어진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동료였던 과학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선택한 것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미래를 안다고 해서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과연 자유로운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지구를 찾아온 우주인은 의외로 담담하고 차분하다. 문자만 가르쳐주고 조용히 지구를 떠난다. 그 이유를 묻는 루이스에게 말한다. "우리가 3천년 후에는 지구인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것이다."
마치 미래가 결정되어 있는 것 같은 말이다. 다만 그들은 미래를 알고,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알든 모르든 미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며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렇지만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주인과의 컨택트는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다. 그런 사건이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고,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우주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문제가 당장 대두할 것이다.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
영화 '컨택트'는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우주선의 모양, 우주인의 모습과 그들의 문자 등 독특한 부분이 많다. 최근의 SF는 과거의 전쟁광 비슷한 우주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어 다행이다. 우주인 역시 우리 시대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