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샌. 2017. 1. 30. 11:00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데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리고 행복은 마음의 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사바세계를 살면서 어떻게 하면 평정한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종교와 철학의 기원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인류 역사를 볼 때 물질에 비해 마음의 진보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대인이 고대인보다 더 행복하다는 증거는 없다. 삶의 객관적 여건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우리가 마음에 대해 아는 건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또한 지식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옛날 사람이 했던 질문을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로 던진다.

 

에픽테투스(Epictetus, 50년 무렵 ~ 120년 무렵)는 후기 스토아 철학자다. 그는 노예인 데다 다리까지 절었다. 다행히 관대한 주인을 만나 해방노예가 되었고, 로마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그는 검소한 생활을 하며 소박하고 단순한 말로 일상생활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했다.

 

이 책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에는 그런 가르침이 잘 드러나 있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외적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관념 때문이다. 자연 질서에 순응하며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릴 때 평정심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스토아 철학은 실천에 중점을 둔다. 철학 이론이 아닌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실천적인 방법이다. 스토아 철학은 지식보다는 실행을 강조한다. 검소하고 소박한 삶, 자연과의 조화, 외적인 것에 대한 무관심 등은 동양 사상과 닮은 데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스토아 철학의 특징을 '체념(諦念)'이라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自由)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란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외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마음이다. 어떤 고통이나 심지어 죽음조차도 자유인을 구속할 수는 없다. 스토아 철학은 말한다. 누구나 지혜를 얻으면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지혜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한 좋은 비유가 책에는 이렇게 나온다.

 

"양은 자기가 얼마나 먹었는지 보여 주려고 양치기 앞에 먹은 풀을 토해내지 않습니다. 뱃속에서 풀을 잘 소화시켜 털과 젖을 밖으로 내보낼 뿐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철학의 규범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다음, 행동을 통해 보여줄 뿐입니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컨택트  (0) 2017.04.08
연금술사  (0) 2017.03.16
그리스 인생 학교  (0) 2017.01.20
명상록을 읽는 시간  (0) 2017.01.08
나이듦과 죽음에 대하여  (1) 2017.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