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하시다. "선비가 집안일을 못 잊어 하면 선비답지가 못하다고 할걸."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 憲問 3
공자가 말하는 '선비[士]'는 벼슬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라를 경영하는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선비가 집안일에 신경을 쓰느라 국정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예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큰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선비 소리를 들었다. 사랑방에서 책을 읽거나 찾아온 손님과 담소하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농사나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나기가 쏟아져도 마당에 널린 곡식조차 거둘 줄 몰랐다. 큰할머니는 자주 혀를 쯧쯧 찼다. 또, 남자애를 부엌에 들이지 않으려는 옛 교육 태도도 이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지금 대선 후보로 나온 사람이 설거지는 여자의 몫이라고 공언했다가 사과까지 했다. 공자의 정신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