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

샌. 2011. 3. 18. 09:49

사람은 누구든 섬은 아니리,

온전한 자체로서.

각각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지리라.

만일 모래톱도 그리되면 마찬가지.

마찬가지리라 만일 그대의 땅이나

친구가 그리되어도.

어느 사람의 죽음이 나를 작게 만드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속해있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알려고 보내지 마라.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ach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ner of thine own

Or of thine friend's were.

Each man's death diminishs me,

For I am involved in mankind.

Therefore, send not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 For whom the bell tolls / John Donne

 

일본이 대지진의 여파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형 쓰나미까지 겹쳐 수만 명이 사망, 실종되었다. 더구나 원자력 사고라는 문명의 공포까지 덮치고 있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TV 화면을 보면서 할 말을 잊는다. 자연의 재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방사능 피해는 인재에 가깝다.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자랑하는 문명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걸 본다.

 

이런 와중에 일본 국민들의 침착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재앙 가운데서도 슬픔을 속으로 삭이며 자제하고 배려한다. 큰 슬픔은 말이 없다지만 대단한 국민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어느 언론은 이를 '진화된 인류의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이웃 나라의 비극을 두고 어느 목사는 하나님의 벌을 받은 것이라고 해서 빈축을 샀다. 이웃의 불행에 가슴 아파하는 게 보통의 사람이거늘 천벌 운운하는 게 지금의 상황에서 나올 만한 말인지 인간적 양식을 의심하게 된다. 그 사람은 항상 예수 믿는 사람의 삼박자 축복을 강조해 왔다. 건강하고, 부자 되고, 천당 가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이야말로 세계에서 최장수국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데도 축복을 받고 있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하나님은 옹졸한 변덕쟁이다.

 

우리는 외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지구를 포함하는 큰 생명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이웃의 눈물은 바로 우리의 눈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묻지 마라. 조종(弔鐘)은 바로 우리를 위해 울리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