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맘도 두지 말고 / 주미경

샌. 2017. 10. 14. 16:41

빈 땅을 보면

노는 땅 아깝다 그러지 말고

 

딱정벌레 방 내주고

풀꽃이나 피우면서

한 해 놀게 두자

 

집도 짓지 말고

콩도 심지 말고

맘도 두지 말고

 

- 맘도 두지 말고 / 주미경

 

 

고향에서 어머니가 부치는 밭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힘에 부쳐서 모두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내년에는 한 마지기 정도는 놀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에는 노는 땅을 보면 혀를 찼던 어머니지만 이제는 어찌 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신다. 빈 자리에 딱정벌레가 찾아오고 풀꽃이 사는 걸 보는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갈고 닦고 하는 것보다 가끔은 텅 빈 자리 그대로 두는 것도 필요하다. 이젠 그만 채워 넣어야 한다. 비닐을 걷어내고 비바람 그대로 맞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아무 맘도 두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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