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침대에 누워 있자니
등뼈가 아파서 견딜 수 없다.
그래도 낮에는 정우가 안아서
잠시라도 앉아 있지만
밤에는 누워서 꼼짝 못 한다.
수건을 등뼈 양쪽 깔아 달라 해서
겨우 견디는데
이번에는 발뒤꿈치조차 아프다.
그래도 꼼짝 못 한다.
이건 아주 관 속에 들어가 있는
산 송장이다.
정말 밤마다 나는 관 속에 들어가
생매장되어 있다가
아침이면 살아난다.
죽었다가 살아나고
또 죽었다가 살아나고
고것 참 재미있구나.
하루가 새 세상 새 한평생
앞으로 내가 몇 평생 살는지
고것 참 오래 살게 되었네.
- 몇 평생 다시 살으라네 / 이오덕
2003년 8월 20일에 쓴 선생의 마지막 시다. 그로부터 닷새 뒤인 8월 20일 새벽에 선생은 숨을 거두었다. 8월 14일에 암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선생은 검사도, 치료도 받지 않았다. 40년 넘게 매일 쓰던 일기도 죽음 직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내 마음이 이렇게 편안한 것에 나도 놀랐다. 정말 이제 조용히 기쁘게 저승을 가게 되었다."
병원 신세 지지 않고 이렇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 복도 타고나겠지만 그가 어떻게 살았느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다. 험하게 산 사람이 곱게 죽는 경우는 드물다. 아프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고통은 짧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 의식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치매가 제일 두렵다. 선생의 마지막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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