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짙어가는 때에 과천에서 사당으로 관악산을 넘었다. 사당에서 약속된 저녁 모임에 나가는 길에 가벼운 등산을 했다. 과천향교에서 마당능선을 따라 연주대로 올랐는데 한적해서 전에 자주 다녔던 길이다.
관악산은 붉은 단풍과는 거리가 멀다. 참나무 종류만 있기 때문이다. 가을의 갈색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단장이 아닌 수수한 모습이 오히려 가을 분위기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며 여름이 다시 찾아온 듯했다. 어떤 사람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서울 상공은 뿌연 매연층이 덮고 있었다. 그래도 올 여름과 가을은 미세먼지 걱정을 덜 해서 다행이었다.
시간 여유가 많아서 자주 쉬면서 느릿느릿 걸었다. 내려가는 길, 등 뒤에 내려앉는 가을 햇살이 포근했다. 관악산에서도 가끔은 이런 뒷산 같은 흙길이 나타났다.
사당역 지하에 있는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휴먼 에이지>와 김사인의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를 샀다. 차를 가지고 가 과천에 주차해 놓고 산행을 한 탓에 모임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했다. 맨정신 탓인지 모임은 훨씬 더 시끌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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