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 있는 산이지만 아내와 함께 한 건 처음이다. 이만큼이나마 걸을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 나도 여름에는 거의 산에 들지 못했다. 다리는 무겁고, 숨은 차고 헉헉댔다. 몸은 예민하다. 산에 적응되어 있자면 꾸준한 산행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경안교에서 산 능선을 타고 마름산을 거쳐 백마산을 찍은 뒤, 초월역으로 내려왔다. 휴일인데도 백마산은 호젓할 뿐이다. 서울에서 떨어져 사는 이점이 이런 데 있다. 가을 드는 산길을 자분자분 잘 걸었다.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주시 교외 지역이 많이 변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어느덧 7년째다. 삭막해서 어찌 살까 싶었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어느 곳이나 나름의 장점이 있다. 원래 생각은 5년 정도 살고 더 시골로 내려갈까 했는데, 지금은 떠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가끔 가서 숨어 지낼 작은 초막이나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에 들면 마음이 편해져 좋다. 잡념이 사라지고 자연과 합일되는 기쁨을 맛본다. 굳이 크고 높은 산이 아니어도 괜찮다. 동네 산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멀리 있는 산보다 가까이 있는 익숙한 산이 좋아진다. 이것도 노인이 되어가는 증거인가 보다.
* 산행 시간 : 3시간 40분(휴식 23분)
* 산행 거리 : 7.6km
* 평균 속도 : 2.3km/h
* 산행 경로 : 경안교 - 마름산 - 백마산 - 초월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