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천불동과 선재길 단풍

샌. 2017. 10. 19. 12:19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동쪽으로 떠났다. 1박2일로 잡았고, 설악산 천불동 계곡 외에 다른 곳은 미정이었다. 둘째 날 영동 지방은 비 예보가 있어 날씨에 따라 갈 장소가 변할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천불동으로 가기 위해 아침 여섯 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내린천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설악동으로 들어갔다. 세 시간이 걸렸다. 새 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데 20여 분 대기해야 했다. 주차료 5천 원에 신흥사 입장료 7천 원(2인)이었다. 길은 복잡했지만 주차 안내는 친절하고 정확해서 혼잡은 없었다.

 

 

신흥사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초입은 넓은 길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숲의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신흥사 주변은 인파로 북적였는데 천불동으로 가는 길은 예상 외로 뜸했다.

 

 

 

계곡에 들면서 바위의 비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계곡 입구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단풍은 지금 비선대까지 내려왔다.

 

 

 

 

 

 

 

 

 

귀면암을 지나 양폭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오색 단풍의 물결이었다. 바위 봉우리와 어우러진 단풍 색깔이 절경이었다. 다시 한 번 설악에 감탄한다. 굳이 단풍이 아니다. 천불동 계곡 자체가 자연이 만든 예술품이다.

 

 

 

양폭대피소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했다. 대피소에서 보이는 설악의 모습도 연신 감탄을 자아내었다. 실물보다 사진이 더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천불동의 가을은 도저히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다.

 

 

양폭까지 올라갔다. 설악동에서 여기까지 세 시간이 걸렸다. 거리는 7km 쯤 된다.

 

 

다시 내려가는 길에 양폭대피소를 지났다.

 

 

 

 

 

 

 

오후가 되니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단풍 색깔도 칙칙하게 변했다. 그래도 천불동이었다.

 

설악동에서 천불동계곡을 따라 양폭까지 갔다오는 데 왕복 여섯 시간이 걸렸다. 돌길이고 계단도 많았지만 경치에 취해서 힘든 줄을 몰랐다. 둘에게서 똑같이 나온 말, "구경 한 번 잘했다."

 

둘째 날, 일어나니 동해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영서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선재길을 걷기로 했다.

 

몇 차례 왔지만 못 걷고 되돌아간 길이었는데 드디어 이번에 걸었다. 월정사에 주차하고 버스로 상원사까지 이동하여 걸어내려왔다.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옛길이다. 길이는 9km이고, 보통 세 시간을 잡으면 된다. 선재길이라는 이름은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선재동자는 구도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것 같다. 구도의 마음으로 이 길을 걸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곳은 벌써 단풍이 한 물 갔다. 설악산 동쪽보다 훨씬 철이 빠르다. 또한 날씨마저 잔뜩 흐려 화사한 느낌은 없었다. 어제 천불동 단풍의 잔영이 아직 남아 있는 탓인지도 몰랐다. 순하게 이어지는 산길이 편안하고 좋았다.

 

 

 

 

 

 

 

 

 

다시 월정사로 돌아오니 꼭 세 시간이 걸렸다. 날이 싸늘해서 중간에 딱 한 번 휴식했을 뿐이었다. 싸가지고 간 먹을거리는 대부분 그대로 남았다. 아마 햇볕이 좋았으면 더 쉬엄쉬엄 내려왔을 것이다. 산채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하고 나오는데 빗줄기가 차 유리창을 그었다. 이틀 동안 날씨에 때를 잘 맞춘 셈이었다.

 

 

 

월정사에서 장난스레 사진을 찍었다. 나에게 필요한 게 무언지 안다. 큰 산에 들면서 바위처럼 묵직해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나 실제 삶은 부박하고 경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꼬라지를 하고 산다는 게 부끄럽고 황망하다. 마음이 침묵해야 참 묵언이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단풍불은 남쪽으로 번지고 있다. 초라한 행색일 망정 몇 번 더 추색(秋色)에 잠겼다가 이 가을을 보내야겠다. 이때가 알뜰하고 귀했음을 가장 절실히 느낄 때는 미래의 어느 날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사실도 슬퍼지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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