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선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의 자질은 타고난다고 한 마디로 단언했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유명 야구 선수도 자신이 옆에서 봤을 때 타고난 타격의 재질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노력이 더해져서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겠지만 어떤 수준 이상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한 야구 선수들의 천재성과 노력의 비율을 9:1까지 봤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에디슨의 말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는 선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거짓말이란 걸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학생일 때 반에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시험 기간이 되어 우리가 약을 먹어가며 밤을 새워 책과 끙끙댈 때 그는 전날 영화 본 일을 자랑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때 실감했다. 공부의 능력도 타고난다. 그걸 모르고 아등바등할 뿐이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특히 예술 쪽에서는 더하다. 아마 영감 대 노력이 9:1은 될 것이다. 에디슨이 '1%의 영감'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면 퍼센트는 별 의미가 없다. 심지어 노력하는 자질마저도 타고난다고 보는 게 맞다.
현대의 연구에서는 각자의 행복을 결정하는 행복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행복 지침서는 단지 찻잔 속의 잔물결일 뿐이다. 대강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인간을 연극 무대에 선 배우에 비유한 것은 많은 진실을 담고 있다. 배우는 자신이 맡은 역할과 끝을 알지만 인간은 모른 채 살아간다는 점이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운명론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인간은 타고난 바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노력과 향상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한계를 또한 분명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의 그릇 크기 안에서 노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좀 더 겸허해질 수 있다.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날뛰는 인간이 많을수록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사람은 각자 제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 생김새가 다르듯 타고나는 자질도 다르다. 정상에 오른 사람의 배경에는 하늘이 내려준 혜택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다. 또한 실패한 사람은 제 바탕을 넘어서 과욕을 부리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순리란 제 맡은 배역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투덜대지 않는다.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자만이나 비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