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락에 여럿이 몰려 있어 가 보니 흰얼레지를 찍는 사람들이었다. 흰얼레지 둘레로 빙 둘러앉거나 엎드려 카메라를 겨누고 있고, 나머지는 뒤에 대기하고 있었다. 흰얼레지의 인기가 대단했다. 화야산에서였다.
어릴 적에 사촌 형으로부터 백사(白蛇)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뱀이 이슬과 산삼만 먹고 자라면 백사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백사만 한 명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불로장생급이었다. 흰얼레지도 아마 그만한 명성을 누리지 않는가 싶다.
분홍색인 얼레지에 비해 흰얼레지는 하얀색이고 수술도 노랗다. 금방 눈에 띈다. 그렇지만 흰얼레지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네 잎 클로버 찾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개체 수가 적다. 얼레지가 지천인 산이라도 겨우 한두 개체 있을 정도다.
무엇이든 희귀하면 귀한 대접을 받는다. 흰얼레지가 여왕으로 모셔지는 이유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야생화 애호가들은 누구나 흰얼레지를 보고 싶고 사진 찍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주목하자. 무엇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