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여전히 따갑지만 바람은 선선해지고 있다. 며칠 전과 같은 열풍은 아니다. 하늘의 구름도 변하고 있다. 높은 권운이 나타나는 걸 보니 가을이 가까워진 걸 알겠다.
낮과 밤이 오가고, 계절이 오가고, 해가 오가고, 그러면서 일생이 흘러간다. 생명의 기본은 숨이다. 숨도 날숨과 들숨이 있으니 오고감에 다름 아니다.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도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만약 원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면, 뒷날 나는 만물 중에 편재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고감, 너와 나의 구별이라는 게 무의미해진다. 존재한다는 건 일어나고 스러지는 구름의 변화와 같다. 허깨비인 줄 알면서도 의식은 집착하고 발버둥 친다.
감정의 물결이 격렬히 요동한다. 그 또한 살아있음의 증거다. 진공도 끊임없는 양자 요동의 상태라고 하지 않는가.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