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속초 피서

손주를 모시고(?) 2박3일 속초에 피서를 다녀왔다. 아내와 사위 없이, 딸 둘에 손주 둘과 함께였다. 나는 오로지 기사로 필요했다. 둘째가 운전을 시작했으니 이런 여행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앞으로 더위라는 말이 나오면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될 2018년이다. 마침 우리가 간 때에 속초와 강릉 지방에는 2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덕분에 낮 기온도 20도 중반대로 떨어졌다. 피서를 제대로 한 셈이다.

첫날 저녁에는 봉포 해변으로 바다 구경을 나갔다.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며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세찬 비가 퍼부었다. 비가 잦아든 오후가 되어서야 아이들은 워터피아로 놀러갔다.

숙소는 한화 리조트였다. 마침 뽀로로 방이 배정되어 아이들이 무척 신났다.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하고, 밖에서도 빨리 돌아가자고 성화였다.

셋째 날 새벽에 혹시나 하며 일출을 보기 위해 청초호에 나갔다. 다행히 그 시간대만 하늘이 열렸다.

우리 아아들이 조만했을 때를 생각한다. 그때에 비하면 시설이나 즐길거리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에어컨도 없는 프라이드 중고를 사서 돌아다녔다. 지금과 비교하면 불편하지 그지 없었다. 그러나 그 시절은 그 시절 나름의 행복이 있었을 것이다. 순수 행복의 측면에서는 그때가 도리어 더 해피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집에 돌아와서야 피로가 몰려왔다. 쉬라며 남기고 간 아내는 몸이 더 나빠져 있었다. 힘들어도 손주들과 깔깔거리는 게 몸에는 더 나았는지 모르겠다.

가끔 생각한다. 아이들은 외할아버지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별로 좋은 인상을 가질 것 같지는 않다. 눈치 빠른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애교를 부리려고 애쓰는 걸 본다. 허허, 빈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