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양주 나들이

샌. 2018. 9. 20. 14:28

바깥바람을 쐬러 아내와 양주로 나들이 나갔다.

장욱진미술관에 들렀는데 마침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장욱진(張旭鎭, 1917~1990) 화백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삶이나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전시장에서 그림과 생애를 보면서 화가의 예술혼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장 화백은 생애의 대부분을 한적한 시골 화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치열하게 창작활동에만 전념하신 분이다. 기본 사상에는 불교적 세계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백남준과 공통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작품은 주로 소품이고 정겹다. 전시장도 단순하며 깔끔하다.

백남준의 그림인데 '가나다라 부처'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손이 여러 개인 걸로 보아 천수관음불이 아닌가 싶다. 그림이 천진하다는 점에서 장욱진과 닮았다.

장 화백 그림에는 나무, 새가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 까치가 많다. 이 그림은 제목이 '나무와 까치'인데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잘 나타낸 듯하다.

"나는 심플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 화백의 말이다. 세속에 초연한 삶을 산 그를 잘 대변한다. "나는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다."

심플함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사람'이다. 장 화백의 그림은 유치원 아이가 그린 듯하다. 그만큼 순진무구하며 핵심을 짚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전시실 벽에도 '사람' 형상이 붙어 있다.

미술관은 군더더기 없이 건물 내외가 백색으로만 처리되어 있다.

장 화백은 술을 시작하면 열흘이나 보름을 밥, 안주도 없이 줄기차게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는 식음을 전폐하며 몰두했다. 술과 그림은 그분의 전부였다. 화가의 일화 하나,

장욱진은 폐기종 진단을 받고 술과 담배를 못하게 되자, 딸에게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깎아달라고 했다. 딸이 "아버지 왜 그러셔요?" 하고 묻자, "술도 못하고 담배도 못하니 그게 중이지, 뭐냐. 내 머리를 깎아다오, 머리만 깎으면 나는 중이다."

장흥수목원에 들러 숲을 산책했다.

이어서 나리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천일홍 축제장을 찾았다. 우리나라 최대의 천일홍 꽃밭이라 한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였다.

양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서울에 가까우면서 유원지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배는 고픈데 우리보다 뒤에 온 사람 음식은 나오는데 우리 주문은 감감무소식이었다. 화가 나서 종업원에게 큰소리를 쳤다. 미안하다는 말이 없어 더 열 받았다. 주위 사람이 모두 쳐다보았다. 그중에 한 사람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15년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한 사람이었다. 어설프게 인사를 나눴지만 너무 쪽 팔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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