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생긴 건물을 비싸게 짓는다고 비난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자꾸 보다 보니 현대 도시에 어울리는 외양으로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 마치 도심에 착륙한 거대한 우주선 같은데, 몇십 년은 앞선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래 도시는 이런 유형의 건물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이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나름의 역할을 하는 건축물인 것 같다. 효율성만으로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울에서 제일 멋진 건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는 이 건물을 완성하고 2년 뒤에 사망했으니, DDP는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된 셈이다.
경떠모 다섯 명이 동대문에서 만났다. 영하 10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점심은 '사마르칸트'에서 중앙아시아 음식 맛을 보고, DDP 안을 구경했다. 건물의 생긴 모습 때문에 내부 활용도는 아무래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유려한 곡선으로 구성된 디자인은 안과 밖 모두 신선한 볼거리였다.
안에서는 키스 해링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예술가였다. 얼핏 본 바로는 길거리나 지하철 역사에서 낙서하듯 시작한 그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선이 굵고 단순하며 원색의 색깔이 특징이다. 만화와 닮았다. 그래서 대중과 친해지기 쉬운가 보다. 팝아트는 현대 미술의 중요한 줄기라고 옆에서 설명해 주었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너무 추워서 낙산길 산책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시 자서전 학교' 강좌를 수료한 N의 작품이 실린 시집을 선물 받았다. 하이쿠 형식을 빌려 쓴 '붕어빵'이라는 짧은 시가 눈에 띄였다.
초여름 들판
토끼풀 무성하다
토낀 어딨지?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안천 새길 (0) | 2018.12.18 |
---|---|
남이 봐도 되는 일기 (0) | 2018.12.12 |
첫눈, 낮술과 낮잠 (0) | 2018.11.24 |
트레커와 남한산성을 걷다 (0) | 2018.11.17 |
궁평항 석양 (0) | 2018.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