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첫걸음으로 뒷산에 오르다. 뒷산은 항상 그 자리에서 어느 때나 나를 포근히 품어준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사박사박 걸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이 상쾌해진다. 몸이 개운해지는 건 물론이다. 우주의 기운을 담뿍 받는 것 같다. 한없이 주기만 하는 고마운 뒷산이다.
겨울 산길은 말한다. 붙잡아두지 말고 훌훌 털어내어라. 애착이 없어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알지만 안 되는 걸요. 인생이 산길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놈아, 알면서 행하지 않으니 어리석다 하는 거야. 씩씩거리며 앞으로 나가지만 말고 나무를 오르내리는 저 다람쥐를 잘 보려무나.
2011년에 이곳으로 왔으니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든다. 5년 정도 살아보고 더 시골로 들어갈 요량이었는데, 이젠 거의 붙박이가 되어간다. 새로운 시도를 할 마음이 점점 시들해진다. 어디나 제 사는 곳에 정을 붙이게 되는가 보다. 늙는다는 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집에서 뒷산의 정상까지는 왕복 5km가 살짝 넘는 거리다. 길 전체가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좋고, 산에 있는 두 시간여 동안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좋다. 책 제목을 빌려 나는 이 길을 '고독한 산보자의 길'이라 이름 붙여 놓고 있다. 굳이 동안거에 들어가지 않아도 저절로 명상이 되는 길이다. 이 산길 때문에라도 다른 곳으로의 이사가 망설여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