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쩌다 제주도 2박3일

샌. 2019. 3. 7. 10:57

여행 계획을 짠 첫째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우리 부부만 제주도에 다녀오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가게 된 제주도다. 일정도 2박3일로 단축되었다.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계양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파킹했다. 김포공항 주차장 요금이 대폭 인상되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5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제주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금방 비가 쏟아질 듯하다. 미세먼지 없는 공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 이번에는 무지개 렌트카를 이용했는데 무인 운영 시스템이 특이했다. 사무실에서 설명만 듣고 각자 지정된 차를 찾아가서 몰고 나가면 된다. 직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제주도 렌트비는 사흘에 7만 원이니 너무 싸다. 이래서 수지 타산이 맞을까 싶다.

 

 

연우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한라수목원을 산책하다. 매화, 수선화를 비롯해서 봄꽃이 많이 피어 있다.

 

 

 

복수초도 자주 눈에 띈다.

 

 

 

 

아내는 올해 처음 보는 복수초라고 열심히 사진 찍기 바쁘다. 수목원을 나와 도평동 해송과 광령리 귤나무를 찾아갔으나 둘 다 헛걸음하다. 내비가 안내하는 지번에는 그런 나무가 없다.

 

이번 여행은 가톨릭 성지를 찾아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제일 먼저 간 곳이 광덕정이다.

 

 

손세실리아 시인이 운영하는 북카페 '시인의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다. 창 너머 바다 풍경이 애틋하다. 시집 <꿈결에 시를 베다>를 사다. 입구에는 시인의 최근작인 '슬픔을 물들이다'가 적혀 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늦은 오후가 되니 비를 뿌린다.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 현양비를 찾다.

 

 

함덕 해변은 바람마저 거세다. 비는 내리지만 맞을 만하다. 우중충한 날씨에 쪽빛 바다 색깔이 옅다. 햇볕 쨍한 날이면 어떨지 상상으로만 그려본다.

 

 

 

숙소로 가는 길에 하나로 마트에 들어 햇반, 컵라면, 과일, 과자 등을 사다. 막걸리도 빠뜨리지 않다.

 

최근에 제주도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아졌다. 사람이 몰리면서 부동산 값이 뛰고, 개발 위주의 관광 정책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서다. 이런 물결을 제주도라고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어쩌다 오게 되었지만 감탄거리가 풍성하다.

 

둘째 날, 비바람이 거세다. 주차장을 둘러싼 야자수나무가 격하게 춤을 춘다. 오전까지 비 예보다. 이런 날은 반나절 정도 푹 쉬는 것도 괜찮다. 콩으로 음악 들으며 <랩걸>을 읽다. 밖은 요란해도 방 안은 조용하다.

 

 

용눈이오름을 찾아가다. 다행히 비는 그쳤으나 바람은 엄청나다. 정상에서는 몸을 가누기 힘들다. 전망 좋다는 용눈이오름이지만 뿌연 안개로 시야가 답답하다.

 

 

 

바람 시원하게 제대로 맞다.

 

 

 

희미하게 보이는 게 다랑쉬오름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는 다랑쉬를 올라야지.

 

 

성산일출봉은 38년 전에 신혼여행 와서 오른 뒤 그 뒤로는 한 번도 올라보지 못했다. 아래까지 갔지만 시야가 나빠서 올라가봤자인 듯하여 되돌아서다.

 

 

 

도로변 유채꽃밭에서 사진 한 장씩 남기다. 꽃밭 관리인이 사진 찍는 값 1천 원씩 받는다.

 

 

 

영주산을 가기 위해 성읍민속마을을 지나다가 마음을 바꿔 마을 산책을 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여행의 맛이다.

 

 

 

 

 

위미리 동백마을 동백은 거의 다 졌다. 떨어진 동백꽃도 시간이 꽤 흘렀는지 후줄근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뙤미집에 들렀으나 재료가 떨어져 영업이 끝났단다. 돌아오며 들린 다른 음식점도 '외출중'이라는 팻말이 걸린 채 잠겨 있다. 오늘 저녁 식사도 편의점에서 산 음식으로 대체하다.

 

셋째 날, 맑은 날이다. 대신 미세먼지로 시야가 뿌옇다. 제주도에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본토 쪽은 거의 재앙 수준인가 보다. 숙소 앞 바닷가로 나가다.

 

 

 

 

올레 4코스가 지나는 길이다. 1시간 정도 길을 걷다.

 

 

 

11시, 서귀포에 있는 쌍둥이횟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다. 회정식이 2인분에 7만 원이지만 그만한 값을 하는 집이다. 제대로 포식을 하다.

 

 

'노리매'에 가서 매화 구경을 실컷 하다. 이곳에는 수영매화나무가 많다.

 

 

 

 

 

 

성지 두 군데(정난주 묘, 용수리 포구)를 참배하다.

 

 

공항으로 올라오는 길에 가까이 있는 나무를 찾아보고 저녁은 김만복 김밥집에서 간단히 때우다. 비행기는 저녁 8시 50분 출발 편으로 느지막이 끊어 두었다.

 

별 마음이 없었는데 갑자기 다녀온 제주도였다. 흐리고 비 내리거나, 아니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날씨였으나 그런대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네 군데 성지와 큰 나무 네 그루를 만나보는 소득도 있었다. 같은 제주도지만 해가 지날수록 접수되는 느낌은 다르다. 쉽게 바깥 탓을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어딜 가든 이제는 세월의 깊이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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