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 청솔잎을 빗질해 주던 바람이
무어라 무어라 하는 솔나무의 속삭임을 듣고
푸른 햇살 요동치는 강변으로 달려갔다 하자.
달려가선, 거기 미루나무에게 전하니
알았다 알았다는 듯 나무는 잎새를 흔들어
강물 위에 짤랑짤랑 구슬 알을 쏟아 냈다 하자.
그 의중 알아챈 바람이 이젠 그 누구보단
앞들 보리밭에서 물결치듯 김을 매다
이마의 구슬땀 씻어 올리는 여인에게 전하니,
여인이야 이윽고 아픈 허리를 곧게 펴곤
눈앞 가득 일어서는 마을의 정자나무를 향해
고개를 끄덕끄덕, 무언가 일별을 보냈다 하자.
아무려면 어떤가, 산과 강과 들과 마을이
한 초록으로 짙어 가는 오월도 청청한 날에,
소쩍새는 또 바람결에 제 한 목청 다 싣는 날에.
- 초록 바람의 전언 / 고재종
요사이 표현대로 하면 '초록초록'하고 '방실방실'한 오월이다. 하늘과 숲만 봐도 마음이 저절로 밝아지며 부풀어오른다. 아침에 창을 열면 뒷산에서 내려온 초록바람이 얼굴을 간지린다. 상쾌하다. 이 시는 그런 기분을 담았다. 바람이 미루나무에게 전한 솔나무의 속삭임은 무엇이었일까? 갓 태어난 오색딱따구리 새끼가 방금 눈을 떴다는 그런 소식은 아닐까. 산과 강과 들과 마을이 한 초록으로 짙어가는 오월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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