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광평대군 묘역

샌. 2019. 6. 14. 10:17

 

볼 일이 있어 서울 수서에 나갔다가 광평대군 묘역에 들렀다. 전에 이 부근에서 살 때는 조선 왕자의 묘라는 것만 알았지, 누구의 묘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는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시간을 보낼 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 왕손의 묘역으로는 원형이 제일 잘 보존된 곳이라 한다.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를 중심으로 전주 이씨 광평대군파 후손 묘 700여 기가 있다. 광평대군 묘는 처음에는 선릉 부근에 있었으나 연산군 때 지금 위치로 이장되었다.

 

광평대군과 부인 신씨의 묘소는 높은 언덕 위에 쌍분으로 되어 있다. 묘 앞에는 장명등과 명종 7년(1574년)에 세운 신도비가 있다. 거의 왕릉과 비슷한 규모다. 삼성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묘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좋다. 명당 자리라는 걸 문외한인 나도 알 것 같다.

 

 

덕분에 조선 초기의 족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세종은 소헌왕후와의 사이에서 8남2녀를 두었다. 왕자는 순서대로 문종, 수양대군(세조), 안평대군, 임영대군, 광평대군, 금성대군, 평원대군, 영응대군이다. 다섯째인 광평대군은 부인 신씨와 혼인하여 영순군을 낳았다. 이때부터 전주 이씨 광평대군파가 시작된 것이리라.

 

광평대군은 1425년에 태어나서 1444년에 죽었으니 고작 스무 살을 살았다. 실록에는 전염병으로 요절했다고 적혀 있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고, 학문을 좋아해서 경서에 통달하였다고 전해진다. 1437년에는 부왕의 명으로 후사가 없는 종조부 무안대군의 봉사손(奉祀孫)으로 입양되었다. 그래서 무안대군 묘도 이곳에 있다.

 

 

광평대군 묘에서 좌측으로 보이는 묘역.

 

 

동구릉의 태조 묘소에 자라는 억새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무안대군은 태조와 신덕왕후 강씨 사이에 태어난 왕자다. 경녕옹주와 혼인했으나 후사가 없어 광평대군이 봉사손이 되었다. 그래서 이곳 묘역에 함께 있다.

 

 

묘역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으나, 일부 묘 몇 기는 잡초가 우거진 채로 방치하고 있다. 그 사연이 궁금하다.

 

 

광평대군 묘역은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에 있다. 12만 평의 면적에 광평대군과 그 후손의 무덤 700여 기가 있는 묘역으로 전주 이씨 광평대군파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광평대군과 아들 영순군이 모두 일찍 세상을 떴으나 후손은 왕가 중 제일 번창하였다.

 

왕가의 묘역이 있어 예부터 이곳은 궁말[宮村]이라고 불렸다. 대모산 건너편에는 태종과 순조가 묻힌 헌인릉이 있다. 세종이 처음 묻힌 곳도 대모산 기슭이었는데 훗날 여주로 옮겼다. 수서동과 대모산 주변은 조선 왕가의 묘지로 쓰일 명당으로 일찍부터 알려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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