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1) - 마드리드, 톨레도, 살라망카

샌. 2019. 7. 3. 22:32

스페인으로 가는 길은 멀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10시간, 도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8시간이 걸렸으니 비행 시간만 18시간이었다. 경유하면서 대기한 시간까지 합하면 가는 데만 꼬박 22시간이 걸린 긴 여정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새벽에 건넜다. 며칠 전에는 미군 드론이 격추되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트럼프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가 취소했다는 보도가 출발 직전에 있었다.

이번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했는데 국가에서 지원을 많이 해 주는 것 같다. 도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환승 공항으로 많이 활용된다. 고객은 항공료가 싼 카타르 항공을 선호한다. 카타르는 워낙 석유 부국이라 다른 민간 항공사가 경쟁할 수 없다.

도하에서 여행 팀원끼리 인사하다. 전체 23명으로 주로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와 같은 부부도 여섯 쌍이다. 이번 여행은 인솔자가 동행하는 스페인, 포르투갈 8박10일 패키지 상품이다.

도하를 출발한 비행기는 이란과 이라크, 흑해, 이탈리아를 지난다. 현지 시간 16시에 마드리드에 도착하다.

여행 첫째 날, 맨 먼저 프라도(Prado) 미술관에 들리다. 소장 미술품만으로 치면 세계 최대 규모라 한다. 그런데 가방을 메고 들어가다가 통과가 불허되었는데, 잘 됐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다. 솔직히 미술 작품에는 관심이 적다. 일행이 1시간 30분 가량 관람하는 동안, 인솔자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다.

미술관 앞에 고야의 동상이 있다. 스페인 하면 피카소가 떠오르는데, 프라도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이 없다.

미술관 옆에는 제로니모 성당이 있다. 1500년대에 건축된 고딕 양식의 성당이라는데 외관이 소박하면서 예쁘다. 미술관에 안 들어간 대신 혼자서 안과 밖을 찬찬히 살펴보는 여유를 즐기다.

마드리드의 상징인 솔 광장. 원래 이름은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로 '태양의 문'이라는 뜻이다. 스페인 최초로 가스등이 켜졌던 곳, 최초로 전차가 다녔던 곳, 최초로 전기불이 켜졌던 곳,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되었던 곳 등 스페인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는 장소다. 광장 복판에 카를로스 3세 동상이 우뚝하다. 카를로스 3세(1716~1788)는 스페인을 문화와 경제의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군주다.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사람들이 엄청 많다. 가이드로부터 소매치기 경고를 계속 듣다.

솔 광장에서 조금만 걸어 가면 마요르(Mayor) 광장이 나온다. 4층 건물로 둘러싸인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미드리드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다. 1619년에 펠리페 3세가 지었다고 한다.

스페인 왕궁 앞에서는 성체 현양 행사로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다. 왕궁을 개방하지 않아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다.

왕궁과 마주보고 있는 알무데나(Almudana) 대성당인데 1993년에 완공되었고 볼품도 별로다. 겉은 마치 조립식 건물처럼 보인다.

마드리드 시내를 짧게 관광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치다. 저녁에 마드리드 타파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다들 피곤해서 취소하다. 스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이어서 시내 관광을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와 같이 여기 스페인 호텔 화장실에서도 변기 옆에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뒤를 씻는 비데가 있다. 어쩌면 단순한게 더 좋은지 모른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단점이 있지만.....

여행 둘째 날, 모닝콜로 6시에 기상하다. 다행히 푹 자서 몸이 개운하다.

중세 도시 톨레도(Toledo)에 가다. 톨레도는 로마 시대부터 요새 도시로 번영하였고, 그 뒤로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오랜 세월 공존하면서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를 형성했다. 톨레도는 1561년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중심지였다. 1987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꼬마 기차를 타고 톨레도 관광에 나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톨레도 전경을 파노라마로 찍다. 타호(Tajo)강이 반원을 그리며 톨레도를 감싸고 흐른다.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톨레도의 골목을 걷다.

스페인 카톨릭을 대표하는 톨레도 대성당이다. 스페인에서 이슬람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여 13세기 페르난도 3세 시기에 착공하여 15세기에 완성했다.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고딕 양식 성당 중 하나라고 한다.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해서 시선 닿는 곳마나 감탄사가 나온다.

일 년에 한 번만 밖으로 나온다는 황금으로 된 '성병현치대'다. 높이 3m, 무게가 180kg에 달하는 16세기 아르페의 작품이다. 어제 마드리드 시내를 지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산토 토메(Santo Tome) 교회에서는 엘 그레코가 1586년에 그린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그림을 보다.

학문의 도시인 살라망카(Salamanca)로 이동하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악 지형이 자주 나타나고 기후도 달라진다. 버스 창으로 보이스페인 들판은 수확을 앞둔 밀밭으황토색이다.

1710년에 필리프 5세의 명으로 지은 바로크 양식의 살라망카 마요르 광장이다.

살라망카 골목길을 걷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살라망카 대학이다. 건물 외벽에 신화와 종교 이야기가 새겨져 있는데, 개구리 조각상을 찾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전해진다. 일행이 고개를 젖히고 열심히 찾고 있다.

살라망카에는 두 개의 성당이 있는데, 이 건물은 살라망카 신 대성당이다.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12유로를 내고 성당 안에 들어가다.

이 성당 외벽에는 우주인 조각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에 들어 개보수할 때 조각가가 임의로 만든 것이란다.

패키지에서는 어떤 일행과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잘못하면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 몇 번의 경험에 의하면 단체로 온 팀이 있으면 시끄럽고 어수선해진다. 여자고 남자고 여러 명이 모이면 조심성이 없어진다. 우리 같이 조용히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악이다.

다행히 이번 여행 팀은 모두 가족이다. 부부가 제일 많고, 모녀와 모자 사이도 있고, 혼자 온 사람도 있다. 가이드 말대로 자연스레 모범 여행 팀이 되었다. 일행 23명에 50인승 버스가 나왔으니 자리가 넉넉해 좋은 자리 차지하려 다툼할 필요도 없다. 여유 있고 유쾌한 여행의 조건은 구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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