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머니 생신과 고향집

샌. 2019. 6. 10. 19:26

어머니 여든아홉 생신으로 내려간 다음날 아침, 마을길을 산책하다.

고향 마을 시멘트 담벼락에 접시꽃이 피어 있다.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접시꽃은 다른 어떤 꽃보다 사람을 연상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고운 색깔과 수수한 모양새에서 그리운 사람 하나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어머니에게도 접시꽃처럼 화사한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한다. 뒤를 돌아보면 자꾸 슬퍼진다. 사연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눈물 그렁그렁 맺히니 추억은 자꾸 토막 난다. 누구나 그러하지 않겠는가.

새로 얻은 집 마당도 밭으로 변했다. 무릎 아파 고생하면서도 경작 본능은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어머니의 살아가는 힘이다.

그래도 이만하니 감사하고 다행한 일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새로운 생활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길은 어디로든 통한다. 막다른 골목이면 돌아나오면 된다.

마을 앞 들판 입구의 호두나무가 열매를 맺다.

조카는 다음달에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도전할 수 있는 젊음이 좋다. 낯선 나라에 잘 정착하길 바란다.

고흥에서 새로 시작한 생활에 바쁜 동생네 공방의 작품은 작년 그대로다.

이모를 터미널에 모셔다드리고 올라오다. 어머니 홀로 두고 떠나올 때보다는 마음이 덜 무겁다. 자주 찾아뵈어야지, 라고 하지만 떠나오면 간절함이 퇴색해진다. 자식은 늘 불효자라서 미안하고 죄스럽다. 지금까지 내 대차대조표는 빨간색 적자다. 이리저리 진 빚이 한량없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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