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을 걷고 나서 마을로 내려오는데 여태 장미꽃으로 환한 집이 있다. 처음에는 장미인 줄 몰랐다. 보통 장미라면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가 한철이다. 장미 축제도 대부분 6월 중순이면 끝난다. 우리 동네 덩굴장미는 이미 졌다. 그런데 이 집 장미는 지금이 한창이다. 장미치고는 크기가 작다.
집안에서는 사람 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무슨 품종인지 물어보려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려는 기척이 없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음소리도 잦다. 그렇다고 노크를 할 수는 없고, 뒤돌아 나오며 임시로 '장마 장미'로 이름을 붙여 본다. 6월 하순이면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니 생뚱맞은 이름은 아니리라.
산은 계절마다 향기가 다르다. 뒷산은 지금 밤꽃 향기에 덮여 있다. 밤꽃 향기는 구수하면서 약간은 느끼하다. 숲 사이사이에 밤나무가 있는데 향기는 전체 산을 감싸고, 차고 넘치는지 우리 집에까지 날라다 준다.
고맙게도 올해 봄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미세먼지를 모르고 지낸다. 거의 두 달 정도 공기가 맑고 깨끗하다. 원래 미세먼지와 황사가 기승을 부릴 때인데, 이런 기상 이변은 두 손 들고 반길 현상이다. 갑자기 편서풍이 멈춘 것도, 공장들이 모두 가동을 중지한 것도 아닐 텐데, 희한한 일이다. 오늘도 티끌 하나 없이 청명하다. 깊게 심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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