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섯째 날, 세비야로 가다. 리스본에서 세비야까지 400km, 고속도로를 달려 4시간 30분이 걸리다.
세비야(Sevilla)는 여행 오기 전 스페인 역사를 읽으면서 책에 제일 자주 등장하는 도시였다. 신화적 요소가 있지만 헤라클레스가 세운 도시가 세비야이고, 여기서 스페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로도 세비야는 스페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슬람 지배 시대는 물론이고 대항해 시대에는 신대륙과의 무역항으로 영화를 누렸다.
세비야 가로를 따라 대성당으로 가다.
세비야 대성당은 이슬람인이 자신들의 사원으로 처음 세웠고, 이슬람을 몰아낸 가톨릭 세력이 100여 년의 대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폭이 넓은 모양은 원래 이슬람 사원이었기 때문이다.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과 함께 규모에서 세계 3대 성당으로 꼽힌다.
세비야를 상징하는 98m 높이의 히랄다 탑이다. 12세기 중반에 이슬람인들이 사원의 첨탑으로 세웠다. 이슬람이 쫓겨가면서 이 탑을 허물고자 했으나 가치를 알아본 스페인 왕가에서 지켜냈다. 맨 위의 종루는 나중에 덧붙인 것이다. 아랍식 건축과 기독교식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탑이다. 꼭대기에 풍향계가 있는데 '히랄다'는 '풍향계'라는 뜻이다.
자유시간이 짧아 히랄다 탑 위에는 올라가 보지 못하다.
성당 내부는 역시 크고 화려하다.
순금으로 빛나는 화려한 중앙 제단은 높이 27m, 폭 18m로 어마어마하다. 1480년부터 80년 동안 제작된 것이다. 중세 시대에는 국가의 부를 온통 성당에 쏟아부은 것 같다.
가운데 보관된 나뭇가지는 예수님이 쓰신 가시 면류관의 일부라 한다. 믿거나 말거나~
거대한 크기의 은으로 만든 성체현시대.
성당 안에는 콜롬부스의 묘가 있다. 콜롬부스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유언을 남겼는데, 그래서 콜롬부스의 관이 땅에 닿지 않게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고 있던 네 명의 왕이 메고 있다.
성당 밖 '오렌지 정원'은 이슬람인이 만든 것이라 한다. 몸을 정결하게 하려고 정원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성당 관람을 마치고 세비야 시내 마차 투어를 하다. 리스본의 툭툭 투어에 비하면 훨씬 더 쾌적하고 편안하다.
마차는 4인승이다. 두 부부 팀이 탔는데 남자 둘이 마부 뒤에 앉다. 패키지 여행에서 만난 인연은 아무리 가까워 보이더라도 헤어지면 대개 끝이다. 귀국하면 여행지에서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마차 투어 중 들린 궁전 정원에서....
세비야 스페인 광장은 1929년에 열린 박람회 때 본부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원형 건물과 광장, 수로, 아치형 다리 등으로 되어 있다.
스페인의 여름 햇살은 강렬하고 따갑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특히 더하다. 그러나 그늘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나 싶게 시원하다. 6월 하순의 이 날,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광장으로 나가는 사람은 없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빨며 나무 그늘에서 쉬다.
저녁의 플라멩고 공연 옵션은 포기하고 호텔에서 쉬다. 이번 여행에서는 저녁과 밤에 하는 옵션은 무조건 신청하지 않았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여유가 있었고 잘 한 선택이었다.
스페인의 일인당 국민 소득은 3만 불 정도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는 4,600만 명이고 면적은 한반도의 2.3배 정도 된다. 독일이나 북유럽에 비하면 어수선해 보이지만 우리보다는 훨씬 선진국 느낌이 난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스페인 사회가 우리보다 건강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모든 부문에서 장애인과 노약자, 유아가 우선이다.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고, 의료도 무상이다. 서양은 합리적 개인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존중할 줄 알아야 남을 존중할 수 있다. 유럽에서 배워야 할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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