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4) - 론다, 미하스, 그라나다

샌. 2019. 7. 6. 12:23

여행 여섯째 날,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론다로 출발하다.

아침 식사 전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세비야 교외 주택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집들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행.

론다로 가는 길에는 해바라기 밭이 많이 보인다. 꽃이 지고 있어 볼 품이 없어 차를 세우지는 않다. 스페인은 5월에 와야 많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론다(Ronda)는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로 집은 하나 같이 하얗다. 파란 하늘과 어울려 이국적인 느낌이 확 풍긴다. 론다에는 데레사 수녀(1515~1582)가 설립한 맨발의 가르멜 수도원이 있다.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봉쇄 수도원이다.

시원한 초록의 가로수 길을 걸어간다.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1785년 스페인에서 최초로 건설된 투우장이다. 원래는 왕이나 귀족들의 퍼레이드나 기마대의 군사 훈련으로 이용되던 장소다. 지금은 1년에 한 번만 투우 경기가 열린다.

18세기 근대 투우의 창시자인 프란치스코 로메로의 동상이다. 투우의 붉은 천과 절도 있는 몸 동작은 그가 만들었다고 한다.

론다의 명물인 누에보 다리를 보기 위해 골목길을 지나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

누에보(Nuevo) 다리는 깊이가 120m나 되는 엘타호 협곡에 놓여 있다. 아래로 과달레빈강이 흐른다. 누에보 다리는 양쪽 마을을 연결하기 위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며 무려 42년에 걸쳐 1793년에 완공되었다.

절벽 위에 집들이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누에보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있던 다리다. 멀리 있는 작은 다리는 이슬람 시대에 만든 것이라 한다. '누에보'는 '새로운'이란 뜻이다.

옛날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오면서 본 마을 풍경이 제일 아름답다.

다리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전망대 맞은편 모습.

 

미하스(Mijas)는 안달루시아에 있는 하얀 마을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벽을 하얀색으로 칠한다고 한다. 가이드가 여기서는 인증 샷을 꼭 찍으란다.

아래로는 지중해가 보인다.

골목길이 동화의 나라에 온 것처럼 예쁘다.

미하스에는 바위를 뚫어 만든 동굴 성당이 있다. 미하스의 수호 성녀인 페냐 성녀가 모셔져 있는 작은 성당이다.

미하스 관광 후 그라나다(Granada)로 이동하다.

스페인에서의 재미 중 하나는 마트에서 과일을 사 먹는 일이다. 스페인 과일은 싸면서 맛있다. 특히 체리와 납작복숭아가 인기다. 우리나라 가격의 1/3 정도다.

그러나다 야경 투어를 포기하고 숙소에서 맥주와 과일로 여유를 즐기다.

여행 일곱째 날, 알함브라(Alhambra) 궁전을 관람하다.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는 8세기에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한 이슬람 세력이 15세기 말 떠나기 전까지 저항하며 남아 있던 곳이다. 그라나다는 아랍 문화의 중심지로, 이를 대표하는 유적이 '붉은 성'이라는 뜻의 알함브라 궁전이다.

가이드가 궁전의 변화 과정과 우리의 동선을 설명해준다.

알함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슬람 글귀 위에 성모 마리아 상이 있다.

역암으로 쌓아올린 성벽.

돌 대포알이 성벽 위에 있다.

벨라탑 옆에서 내려다 본 그라나다 시내.

카를로스 5세 궁전. 음악 공연을 위한 무대와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알함브라 궁전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이 훨씬 더 예쁘다. 설명을 들었으나 워낙 빨리 스쳐지나간 탓에 건물 이름이나 용도는 기억하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인도의 타지마할과 스페인의 알함브라를 꼽는다. 이 정도 건축물이면 하루 정도 충분히 시간을 내서 둘러보는 게 맞겠다. 그러나 패키지에서는 단 두 시간만 알함브라를 위해 주어져 있다. 사진 찍다 보면 가이드 따라가기도 힘들다.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시기에 이사벨 1세는 이슬람 세력에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다. 1492년 새해가 밝으면서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 받는 조건으로 항복했다. 그러나 피의 살육이 그라나다를 휩쓸고 지나갔다. 가톨릭 세력은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은 파괴하지 않고 자신들의 왕궁으로 삼았다. 다만 모스크는 헐고 새로 성당을 지었다.

쫓겨난 이슬람이 다시 유럽으로 진출하고 있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앞으로 유럽이 이슬람화 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문명은 번성와 쇠락을 반복하며, 역사는 순환한다. 알함브라 궁전이 세워진 지 700년 가까이 되지만, 앞으로 700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음 관광지는 바르셀로나다. 오전에 알함브라 관광을 마치고, 오후는 이동 시간이다. 바르셀로나까지는 너무 멀어 중간 경유지인 발렌시아까지 간다. 발렌시아에 가는 데도 7시간을 달려야 한다. 인솔자는 영화 '고아의 유령'과 '콜롬부스'를 틀어준다. 나는 눈이 아파 보지를 못하고 휴식을 취하다.